혁신의 역설: 가격 방어 실패한 폴더블폰, 삼성의 다음 승부수는 ‘초격차 카메라’

삼성전자가 주도해 온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에 ‘가치 보존’이라는 빨간불이 켜졌다. 혁신적인 폼팩터(기기 형태)로 시장의 주목을 받았던 갤럭시Z 시리즈가 일반 바(Bar)형 모델인 갤럭시S 시리즈에 비해 중고 시장에서 맥을 못 추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 중고폰 거래 플랫폼 셀셀(SellCell)이 최근 내놓은 분석 자료에 따르면, 갤럭시Z 시리즈(플립·폴드 2~7)는 출시 6개월 만에 가치가 평균 63.7%나 증발했다. 반면, 같은 기간 갤럭시S 시리즈(21~25)의 감가율은 48.3%에 그쳐 상대적으로 견고한 가격 방어력을 보였다.

이러한 격차의 주된 원인으로는 취약한 내구성과 부담스러운 수리비가 지목된다. 화면을 접었다 펴는 구조적 특성상 파손 위험이 크고, 이는 곧바로 중고 매입가 하락으로 직결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화면 파손에 대한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한 사용자는 “커버를 씌웠음에도 힌지 충격으로 화면에 검은 선이 생겼다”며 내구성 문제를 토로하기도 했다.

수리비 격차는 더욱 극적이다. 삼성전자 서비스센터에 따르면, 지난 7월 출시된 ‘갤럭시Z 폴드7’의 전면 디스플레이 교체 비용은 반납 조건을 포함해도 약 76만 원에 달한다. 반면 올해 1월 출시된 갤럭시S25 일반 모델의 경우 18만 원 선에서 수리가 가능하다. 무려 4배가 넘는 비용 차이는 소비자와 중고폰 리셀러 모두에게 폴더블폰을 ‘리스크가 큰 선택지’로 인식하게 만들고 있다. 셀셀 측은 일반 스마트폰이 재생(Refurbish) 공정이 간단하고 수요가 꾸준해 훨씬 안정적인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제조사의 셈법,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이유

이러한 시장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 폴더블 라인업을 포기할 수 없는 입장이다. 폴더블폰은 기술 혁신의 상징이자, 정체된 스마트폰 시장에서 평균판매단가(ASP)를 끌어올릴 수 있는 확실한 카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3분기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ASP는 폴드7의 인기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3% 상승한 304달러(약 43만 2,000원)를 기록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폴더블폰이 전체 출하량의 2% 미만인 틈새시장에 불과하지만, ASP 상승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임을 강조하며 2029년에는 ASP가 412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은 이에 그치지 않고 연내 화면을 두 번 접는 ‘트라이폴드폰’ 출시까지 예고하며 폼팩터 경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이미 화웨이가 관련 제품을 선보였고, 애플 역시 폴더블 기기를 개발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오는 상황에서 주도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의지다.

폼팩터의 한계, ‘눈’을 바꾸는 기술로 돌파구 찾다

하지만 단순히 접는 방식만으로는 성숙기에 접어든 시장에서 차별화를 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폴더블 기술이 등장한 지 10년이 가까워지면서 소비자들에게 더 이상 신선한 충격을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폼팩터를 넘어설 새로운 무기로 ‘차세대 카메라 센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애플과 삼성 모두 주목하고 있는 ‘글로벌 셔터(Global Shutter)’ 기술이 차기 스마트폰 경쟁의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현재 대부분의 스마트폰은 이미지 센서의 픽셀 라인을 순차적으로 노출해 데이터를 읽어들이는 ‘롤링 셔터’ 방식을 사용한다. 이 방식은 고해상도 구현에는 유리하지만, 빠르게 움직이는 피사체를 촬영할 때 이미지가 젤리처럼 휘어지는 왜곡 현상이 발생하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반면 글로벌 셔터는 모든 픽셀을 동시에 노출시켜 순간을 포착하기 때문에 고속 촬영 시에도 왜곡 없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왜곡 없는 촬영, 난제를 푼 삼성의 기술력

그동안 글로벌 셔터는 복잡한 구조와 픽셀 크기 확대에 따른 해상도 저하 문제로 스마트폰 탑재가 요원했다. 그러나 삼성은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픽셀 구조를 고안해냈다. 통상적으로 픽셀 외부에서 처리하던 아날로그-디지털 변환(ADC) 기능을 픽셀 자체에 내장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물론 픽셀 내부에 ADC를 탑재하면 픽셀 크기가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고성능 스마트폰 카메라의 픽셀 피치가 1.5마이크로미터(㎛) 수준인 반면, 픽셀 단위 ADC를 적용한 최소 크기는 3㎛ 정도다. 삼성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1.5㎛ 픽셀을 유지하되, 이를 2×2 형태로 묶어 3㎛의 기본 유닛으로 작동하게 하는 번들링 기술을 적용했다. 삼성은 이 혁신적인 연구 결과를 반도체 회로 분야의 올림픽이라 불리는 ‘ISSCC 2026’에서 발표할 계획이다.

애플과의 미묘한 동거, 그리고 새로운 브랜드 ‘딥픽스’

흥미로운 점은 경쟁사인 애플 또한 이 기술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애플은 이미 아이폰에 글로벌 셔터 센서를 탑재하기 위한 특허를 출원했으며, 차세대 CMOS 이미지 센서 개발을 위해 삼성과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내년 출시가 예상되는 ‘아이폰 폴드’와 함께 카메라 성능에서도 양사가 치열한 기술 경쟁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최근 ‘딥픽스(DeepPix)’라는 새로운 CMOS 카메라 센서 상표를 잇달아 출원했다. 이는 오랫동안 사용해 온 ‘아이소셀(ISOCELL)’ 브랜드를 넘어, AI와 결합된 차세대 센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비싼 수리비와 감가상각이라는 폴더블폰의 숙제를 안고 있는 삼성전자가, 압도적인 카메라 성능과 새로운 폼팩터라는 ‘투트랙 전략’으로 프리미엄 시장의 주도권을 다시 한번 확고히 할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