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억 원 몸값 내세운 코칩, 리튬 이차전지 매출 ‘제로’ 논란

코스닥 상장 본격화… 리튬계 이차전지 사업 확장 계획
국내 소형 이차전지 제조업체인 코칩이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지만, 실제 리튬계 이차전지 매출이 없는 상태에서 ‘무늬만 이차전지 전문기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회사는 이번 공모를 통해 210억 원을 조달해 리튬계 이차전지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코스닥 상장 절차 진행… 공모가 밴드 1만1000~1만4000원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칩은 최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으며, 다음 달 코스닥 시장에 입성할 계획이다. 상장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이며, 지난해 9월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후 약 5개월 만인 지난 1일 승인을 받았다.
코칩은 총 150만 주를 신주로 발행할 예정이며, 희망 공모가 범위는 1만1000~1만4000원으로 설정됐다. 이 기준으로 모집 총액은 210억 원, 상장 후 시가총액은 1228억 원으로 예상된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은 다음 달 6일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MLCC 유통에서 슈퍼커패시터 제조로 전환한 코칩
1990년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유통회사로 출발한 코칩은 2002년 삼성전기의 슈퍼커패시터 사업부를 인수하면서 본격적인 전기 저장 장치 제조업체로 자리 잡았다. 이후 슈퍼커패시터 기술을 바탕으로 리튬계 이차전지 제품 개발에 나서면서 이차전지 전문기업으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슈퍼커패시터는 에너지를 저장하고 순간적으로 높은 전류를 공급할 수 있는 전기 저장 장치로, 이차전지의 한 종류로 분류된다. 그러나 코칩의 슈퍼커패시터 제품군은 0.003~100패럿(F) 용량의 소형 제품이 주력이며, 주로 전자제품의 데이터 백업용 전원 차단 방지에 활용된다. 반면, LS머트리얼즈와 같은 경쟁사는 100~3400F급 중대형 슈퍼커패시터를 생산해 전기차 및 스마트그리드 산업에서 활용되고 있어 차이가 크다.
리튬계 이차전지 매출 ‘제로’… 이차전지 기업 타이틀 논란
코칩은 최근 고밀도 리튬계 이차전지 ‘칩셀리튬’의 개발 및 상용화를 발표하며 이차전지 전문기업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현재까지 칩셀리튬의 매출은 전무한 상태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까지 코칩의 매출은 259억 원이며, 이 중 **카본계 이차전지인 슈퍼커패시터가 전체 매출의 67.5%**인 175억 원을 차지했다. 나머지 32.5%는 MLCC 유통 사업에서 발생했으며, 리튬계 이차전지 관련 매출은 전혀 없는 상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코칩이 이차전지 기업으로서 평가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경쟁업체인 LS머트리얼즈는 이미 슈퍼커패시터 시장에서 입지를 확고히 다진 상태로, 코칩이 동일한 수준의 평가를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 친화적 공모 구조… 기업 가치 평가 및 할인율 적용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칩의 공모 구조는 투자자 친화적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상장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은 비나텍과 삼화전기를 코칩의 비교 회사로 선정해 기업 가치를 산정했다. 비나텍은 슈퍼커패시터를, 삼화전기는 MLCC를 주력으로 하는 기업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투자증권은 비나텍과 삼화전기의 평균 EV/EBITDA 20.8배를 적용해 코칩의 기업가치를 1511억 원으로 평가했다. 이후 18.69~36.12%의 할인율을 적용해 공모가 밴드를 설정했다. 참고로, LS머트리얼즈의 공모가 산정 당시 할인율보다 4%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또한, 공모 물량 100%를 신주로 발행하며, 상장 후 유통 가능 물량이 26% 수준에 그친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로 평가된다. 최대 주주인 손진형 대표와 특수관계인은 30개월간의 의무보유 기간을 설정해 기업의 안정성을 높였다.
리튬계 이차전지 사업 확장 계획… 실적 반등 가능할까?
코칩은 공모 자금을 리튬계 이차전지 생산설비 확장에 투자해 향후 실질적인 이차전지 전문기업으로 자리 잡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스마트폰, 노트북,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와 블루투스 이어폰, 스마트워치, 드론 등의 소형 전자기기 시장으로의 공급을 확대할 방침이다.
코칩 관계자는 **”카본계 슈퍼커패시터 기술을 기반으로 고성능·고안전성 소형 리튬이온전지를 개발했다”면서, “현재 TV 및 에어컨 리모컨 등에 주로 사용되는 알카라인 건전지를 대체해 시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코칩이 실제 리튬계 이차전지 매출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상장을 진행하는 만큼 투자자들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향후 리튬계 이차전지 사업이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을지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을 해소하는 것이 코칩의 주요 과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