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넘는 스타링크: 한국 시장 상륙의 이면과 유럽의 주파수 장벽
스페이스X가 쏘아 올린 저궤도 위성 통신망 ‘스타링크’가 아시아의 IT 강국 한국에 본격적으로 닻을 내린다. 통신 업계에 따르면 스타링크코리아는 4일 오전부터 국내 정식 서비스를 개시하며 본격적인 시장 진입을 알렸다. 공개된 주거용 요금제는 월 8만 7000원에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초기 진입 장벽인 안테나와 공유기 등 하드웨어 장비 구매 비용은 55만 원으로 책정됐고, 신규 가입자 유치를 위해 30일 무료 체험이라는 미끼도 던진 상태다. B2B(기업용) 요금제는 아직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SK텔링크나 KT샛 등 굵직한 국내 공식 리셀러들을 통해 곧 영업망을 펼칠 것으로 관측된다.
스타링크가 제공하는 저궤도 위성 통신은 고도 300~1500km 상공에 촘촘히 깔린 수천 기의 위성이 하루 10회 이상 지구를 돌며 사각지대 없는 인터넷 망을 구축하는 기술이다. 케이블 매설이라는 물리적 한계를 벗어나 하늘을 향해 안테나만 설치하면 스마트폰이나 PC로 곧장 위성망에 접속할 수 있어 통신 인프라의 새로운 판도를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권에서 순조롭게 영토를 넓혀가는 겉모습과 달리, 바다 건너 유럽 대륙에서는 심상치 않은 파열음이 들려온다. 최근 유럽연합(EU)이 위성 인터넷 통신에 핵심적인 2GHz 대역 주파수를 역내, 즉 ‘유럽 국적의 사업자’에게만 독점 할당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면서다. 기존에 이 대역을 사용하던 비아샛(Viasat)이나 에코스타(EchoStar) 등 다른 미국 기업들까지 영향권에 두면서 사실상 유럽 통신망에서 외산 기업을 솎아내겠다는 노골적인 보호주의 수순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스페이스X 측은 즉각 거칠게 반발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인용한 서한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유럽 당국의 이러한 폐쇄적인 주파수 정책이 유럽 내 위성 통신망의 대규모 블랙아웃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나아가 우크라이나의 응급 구조망 같은 글로벌 비상 통신망에 치명적인 주파수 간섭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기술적 완성도나 경제적 논리가 아닌 단지 ‘위성 사업자의 본사 위치’만을 잣대로 삼는 규제라는 것이 스페이스X 측의 날 선 비판이다.
이러한 규제 갈등의 이면을 깊숙이 들여다보면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선 정치·안보적 계산이 짙게 깔려 있다. 유럽이 무리수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역내 주파수를 통제하려는 진짜 이유는, 국가 중추 신경망인 통신 인프라가 일론 머스크라는 종잡을 수 없는 억만장자 개인의 손에 좌지우지되는 촌극을 극도로 경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 서방의 지원금으로 수만 대의 스타링크 단말기가 전장에 투입됐음에도, 머스크의 단독 결정으로 크림반도 등 교전 지역 인근에서 스타링크 접속이 일방적으로 차단됐던 전력은 유럽에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통신망이 특정 개인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하루아침에 끊길 수 있다는 안보 위기감이 결국 주파수 빗장 걸기로 발현된 셈이다. 이에 질세라 미국 정부는 EU가 해당 규제를 강행할 경우 즉각적인 징벌적 보복 조치에 나서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